잡담
[잡담] 영화 두 편의 단상
highenough
2006. 4. 7. 22:05
1. 스위트룸
주연 배우를 사랑한 까닭으로, 영화 내내 두 주연 배우들을 눈으로 쫓은 탓인지 영화 내용이 쉽게 잡히지는 않았다. 허나 두 사람의 팬이라면 정말 원없이 두 사람을 쳐다볼 수 있는 영화. 그래서 난 결론적으로 그 두 배우들 덕에 영화가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지극히 편파적이며 단편적인 감상.
2. 크래쉬
아카데미가 선택한 영화. 아무리 좋게 생각하고 싶어도 내 사상은 너무 마이너인가보다. 스포일러 좀 섞어서, 결국 흑인여성을 성추행하고 흑인여성에게 인종적으로 모욕을 잔뜩 준 백인 경찰관은 흑인여성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준 영웅이 되었고, 성격 까칠한 백인 검사 사모님은 유색인종 도우미 아주머니를 친구로 받아들일 아량을 배웠으며, 착한 척 하면서 흑인PD를 구해준 백인경찰은 흑인남성을 구해준 데 이어 전과3범의 흑인남성머리를 총으로 가볍게 날리고도 차 한 대 불 태우는 정도로 죄값을 치렀고, 한국사람은 캄보디아나 베트남 사람을 인신매매하려다 차에 치였고, 이란인 할아버지는 불량한 흑인들한테 가게를 털린 뒤 살인범이 될 뻔 했고, 선량한 흑인열쇠공은 백인검사사모님한테 모욕 당한 것으로 부족해서 이란인 할아버지에게 딸까지 잃을 뻔 했고, 차량 강도를 일삼던 흑인남성은 불법체류 베트남, 캄보디아인들을 LA거리에 풀어주는 은혜를 베풀었고, 백인 흉내 내던 흑인PD님은 자신의 아내를 추행하던 백인경찰에게는 굽실거렸으면서, 결국 차량 강도하던 흑인을 두드려 패더니 훈계까지 하고, 결국 아버진 푸에르토리코, 어머니는 엘살바도르라는 남미계여성형사님은 끝까지 멕시칸에서 정정되지 않는다.
이게 뭐야.
인종차별이 뭐가 어째? 결국 죽고, 위험하고, 범죄를 저질렀고, 영어도 못 하고, 억울한 건 흑인, 남미계, 아시아인 등등이고, 아량을 베풀고 영웅이 된 건 모두 백인. 그리고 유색인종들 가운데서도 존재하는 권력관계.
이럴 줄 알았다, 아카데미.
그러면 그렇지. 저깟 영화를 상주려고 브록백을 물 먹이다니 아카데미답다고 해야 할지.
그래, 단순하게 보면 인종간 화해를 나타내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장 베베 꼬인 내가 보기엔 저렇다. 내 눈이 삐딱한 걸 누굴 탓하겠냐마는 정말 뷁스럽다.
아 진짜 저깟 영화 상준다고 브록백을 물 먹였어? 생각할수록 짜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