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FlytotheSky

[연재] If I'm not in love with you (4)

highenough 2006. 2. 9. 22:50
 




평소처럼 일했고, 실수를 하거나 제시간에 해내지 못 하는 일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전화소리에 거의 발작증세를 보였다. 오죽하면 의원실의 모두가 아픈 것 아니냐며 집에서 쉬라고 했지만 나는 전화소리에 온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서 절대로 아프지 않다고 항변했다.


나는 내가 멀쩡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같은 당 동료 의원실에 나보다 한 살 어린데 벌써 결혼까지 했다는 비서관이 업무지원을 요청한 것도 훌륭하게 수행했지만 사람들은 눈밑이 푹 꺼진 나의 아프지 않다는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내가 그런 상태로 일주일을 넘기자 의원실에서는 기가 허해졌으니 약이라도 해먹여야겠다며 우스개소리까지 했지만 나는 조금의 틈만 나면 전화기를 노려 보았다.



총선 유세 기간이 시작되기 전의 마지막 주말이어서 나는 의원실 전화기에서 해방되었다. 그 동안 행여 내가 의원실에서 쫓겨날 경우를 상정한 꿈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났다. 그리고 드디어 그렇게도 바라던 쉴 수 있는 주말이 된 것이었다.










Rrrrrrrrrrrrrrrrrrrrrrr....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죄 지은 것도 없이 가슴이 철렁했다. 모르는 번호가 뜨길래 누군가 싶어 일단 받았다.



"네, ○○○의원실 주민규 비서관입니다."



주말엔 이렇게 안 받아도 되는데 직업병이다.




- 잘 지냈어?




젠장.




- 왜.. 잘 못 지냈나봐?
"무슨 일이야?"
- 무슨 일이긴.. 우리 사이에 뭐 다른 일이 필요한가?
"당신 대체 뭐 때문에 이러는 거야?"
-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 그 날 너도 좋았잖아?
"대체 왜 이렇게 유치하게 구는 거야? 그건 그 때뿐이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
- 이렇게 된 바에 서로 재미 좀 더 본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비싸게 구시나..?















그거였군, 결국.






"싫다면?"
- 그렇다면 이번 호 기사에 ○○○의원실 비서관은 동성애자라고 예쁘게 써주고. 아, 그 정도로 개방적인 사람이라고 칭찬도 좀 넣어줄까?
"더럽고 옹졸하게 뭐하는 짓이야!"
- 그렇게 세게만 나올 일은 아닐 텐데.. 그리고 뭐 나쁠 것도 없잖아?
"뭐?"
- 그리고. 착각하지 마. 네 말처럼 질척거리지 않아. 같이 섹스 좀 한다고 우스꽝스런 감정놀음을 할 것도 아니잖아, 너 같은 사람이. 기다려, 지금 그 쪽으로 가는 중이니까.












그의 입에서 나왔을 말의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분노를 넘어선 감정이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깟 저질스러운 협박에 한 마디 변변한 대꾸조차 못 하다니 이런 식으로 무력한 건 너무도 싫다. 다시 무력해지는 내가 되는 것 같아 무섭다.




지금 그의 제안인즉 섹스파트너가 되지 않으면 폭로하겠다는 것.



그냥 받은 제안이었다면 상관 없었겠지만 너무나 모욕적이게도 나는 그에게 약점을 잡혀버린 것이다. 그것도 지금의 내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엄청난 약점을 잡힌 것이다.




지난 번 그의 말처럼 알려져서 불리한 건 어디까지나 나다.


그도 불이익을 당할 수는 있겠지만 내가 지금 여기에서 쫓겨난다면 그건 단순히 직업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서 내쳐지는 나는 다시 그 곳에 돌아가서 내 짐을 다시 짊어져야만 한다.



그렇게 되는 건 싫다.
겨우 빠져나온 악몽으로 다시 걸어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러느니 차라리 지금 이 순간 이 모욕을 참아내는 쪽이 낫다.




















Rrrrrrrrr.. Rrrrrrrrr..




"네, 아저씨."
- 민규 씨, 손님이라는데 맞아?
"네, 맞아요."







그가 왔다. 술김에 왔었는데도 기억하고 있다니.
현관부터 마주치고 싶지 않아 잠금장치를 풀어놓고 멍하니 티브이에 시선을 주고 침대앞에 기대어 바닥에 앉았다.







그가 했던 말이 무질서하게 기억속에서 튀어나왔다.










'남자가 필요하지?'






'예쁜 것들은 다 그러냐?'








'예쁘다.'
'예쁜 것들은 다 그러냐?'















'예쁜 것들은 다 그러냐?'



왜였을까.





나는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내 어머니를 닮았다. 지독히도 닮았다고 한다. 그 인간이 수 없이 되새겨주어서 마치 어머니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니까. 내 얼굴과 약간 다른 어떤 막연한 중년 여성의 이미지로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 말을 숱하게 들어왔고, 예쁘다는 말도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누가 예쁘다고 해도 기분 나빠하기도 귀찮았다.





왜 그는 예쁜 것'들'에 그런 적개심을 가졌을까.


왜 나는 그의 그 범주에 속하게 된 걸까.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그가 왔다.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 인생의 앞날까지는 아니어도 오늘의 이후, 내일의 일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나타난 뒤로는 지금 이 다음 순간 그가 내 집에 들어오고 난 뒤의 벌어질 일조차도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그가 한 없이 원망스럽다.









"문 열렸어."









바깥의 서늘함 섞인 공기가 그의 기운과 함께 목덜미를 스쳐 소름이 끼쳤다.


말이 섹스파트너지, 나는 그에게 있어 절대적인 약자였다.
내가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를 보지 않아도 소리로 그가 신발을 벗고 들어와 걸음을 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의 기운이 그가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훅훅 끼쳐왔다.




그가 겉옷을 벗어서 장 옆에 서 있는 키다리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는 내 옆에 와 앉아 나와 똑같이 티브이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생각일까.




10분 후, 아니 바로 이 다음 순간에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저건 재미 없는데, 나랑 재미 있는 거 할까?"






내 옆에 놓아두었던 리모콘을 집어서 그가 티브이를 껐다. 한순간에 이 공간을 꽉 메운 정적이 나를 숨막히게 한다.






티브이를 꺼도 내가 시선을 거두지 않고 멍하게 있자 그가 손을 들어 내 두 눈을 가린다. 체온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내 입술에 그의 입술이 닿았다. 약간 각도를 튼 코가 내 코에 마주 닿았다. 따뜻한 콧김이 얼굴에 와닿는다. 그의 혀가 내 입속을 장악해간다. 다른 손으로는 내 귓가부터 목까지를 섬세하게 어루만지기 시작한다. 나에게 저항의 의사가 보이지 않자 그는 눈을 가린 손에 약간의 힘을 더해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뒤통수에 침대가 닿았고, 숨이 찼다.


그가 눈을 가렸던 손을 치우자 멀건 천장이 보인다. 턱밑에 키스하는 그의 입술과 상관 없이 집에서 대충 입고 있던 카디건이 그의 손에 의해 벗겨졌다. 말려 올라가는 티셔츠 때문에 한기가 느껴져 몸이 파릇 떨린다. 티셔츠를 벗겨내는데 순순히 따라주었다. 그의 입술은 목을 따라 내려가고 그의 손은 아무렇게나 뻗어두었던 내 다리를 얇은 트레이닝복 바지 위를 쓰다듬었다. 만질 듯 아쉽게 사타구니를 피해 가는 손길에 한숨이 터져나왔다.






"하아.."









그의 다른 손이 등뒤로 돌아가 바지속으로 들어간다. 애널 근처를 어루만지다가 손가락을 하나 넣는다.










"남자가 필요했지?"
"흡.. 하아.."





비록 손가락 하나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삽입에 잔뜩 긴장한 나는 그의 손가락을 강하게 조여댔다.





"아직 아닌데.. 성미가 급하시네..?"
"아.. 흣.."






손가락을 갑자기 빼내더니 반라였던 나를 일으켜 세워 바지와 속옷을 벗겨냈다. 또 다시 그의 입술이 무방비한 나의 입술을 덥쳐왔다. 옷을 다 벗은 탓에 조금씩 떨리는 내 몸을 남김 없이 끌어 안겠다는 듯 내 등을 꼼꼼하게 어루만졌다. 아무런 동작 없이 가만히만 있자 그가 내 손목을 잡아 끌더니 나는 앉히고 자신은 누웠다.





"벗겨."




그의 위에 올라타서 그가 입은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그는 계속해서 내 페니스를 손에 쥐고 손장난을 했다.





"ㅇ.. 으읏.. 흐읍.."





이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져서 내 손이 빨라졌다. 그러자 그는 팔베개를 하고 누운 채로 내 일그러진 얼굴을 내려다 보며 차가운 표정에 흥분감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급하신 분이 여태 어떻게 참으셨을까?"






그의 바지를 벗기는 동안 그가 상체를 약간 일으켜 첫 번째 서랍에서 윤활제를 꺼냈다. 내 앞에 벌어진 이 상황이 너무나 명료한데도 그저 뿌옇기만 하다.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

만약에 예전의 그것과 지금의 상황이 비슷하다고 한다면, 나는 그저 이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다. 아무 것도 못 하고 그저 이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바라야 한다.






그가 나를 눕히더니 내 머리 위에 반쯤 앉은 자세로 내 입에 페니스를 삽입했다. 억지로 입에 담긴 그의 페니스가 점점 더 커지면서 숨 쉬기도 곤란해진다. 입에서 빼려고 하자 그가 피스톤질을 하듯 허리를 움직인다. 혀와 입술, 목구멍 깊숙이 그의 페니스가 닿는 느낌이 불쾌했지만 그저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ㅇ.. 어읏.. 윽.. 어헉.."





위에서 내려와 꽉 감은 내 눈 위로 키스를 퍼부은 그가 긴장으로 땀에 젖은 내 앞머리를 넘기고 그가 예쁘다고 했던 내 얼굴 곳곳에 입을 맞추었다.





문득 눈을 뜨자 보이는 그의 표정은 그저 내 착각뿐일지도 모르지만 나 만큼이나 참담한 표정이었다.












'예쁜 것들은 다 그러냐?'





어째서일까.
참담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사람이 어째서..










그가 내내 손장난을 치던 내 페니스가 바짝 서 있다. 그가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와 허벅지 안쪽에 그의 페니스가 닿게 한다. 그의 페니스가 민감한 곳에 닿기만 하고 쾌감이 지속되지 않자 이 시간들이 괴롭다는 내 생각과는 달리 더 강한 자극을 조르는 신음성이 터져 나오고 만다.




"ㅇ.. 으응.. 아핫.. 아으.. ㅇ.."





유두를 핥으며 내 표정을 올려다 본 그는 몸을 일으켜 삽입을 시작했다.
콘돔 없이 윤활제를 많이 써서 삽입이 이루어진다.







"하아.. 앗.. 아읏.. 흐응.."
"후우.."






뜨거운 체온이 온전히 몸 안에 들어찼다. 그도 쾌감이 적지 않은지 조금씩 숨을 몰아 쉬기 시작했다. 그가 삽입한 채로 내 몸을 들어 올렸다. 무릎을 세우고 있다가 몸을 일으키자 자연히 무릎을 꿇은 것 같이 되었다. 그는 내 몸 아래로 두 다리를 뻗더니 나를 자신의 다리 사이에 다시 눕혔다. 예상 외의 체위가 순간 당혹스럽다.






"아흣.. 아앗.. 아아.. 흡.."
"아앗.. 아아.."





완전히 도망갈 곳 없는 자세가 되고보니 체위를 바꾸면서 조금 얕게 삽입된 그의 페니스가 더욱 똑똑히 느껴지는 느낌이다. 그가 내 유두를 혀로 애무하며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할짝대는 소리가 귓가에 쟁쟁거린다.








"더어.. 으읍.. 으.. 흣.. 아아.. 제발.."








조금씩밖에 움직이지 않는 그의 허릿짓에 애가 탄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땅밑이 꺼져내리는 것 같아 시트를 구기던 내 손이 그의 목에 저절로 감긴다. 애널을 한껏 조여들었을 때 빠져나갔다 다시 채워지는 느낌이 안타까워 조금 더 강한 쾌감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


상체를 일으켜 지금 내 갈증을 해소시켜줄 단 한 사람인 그의 입술을 찾아 키스했다. 얽혀드는 혀마저도 마비되는 것처럼 자극적이다. 치열을 훑는 그의 혓놀림에 엉덩이가 갑자기 더 확 조여든다.





"아핫.. 으음.. 음.."
"으으.. 음.. 헉.. 헉.. 허억.."






그가 내 다리를 벌리고 엎드려 본격적으로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절정에 닿을 듯 말 듯 애태우던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강한 움직임이었다.





"허억.. 헉.. 헉.. 허엇.."
"아.. 아아.. 아읏.. 흡.."







치골이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격한 그의 움직임에 박자를 맞추어 그를 가능한한 더 깊게 받아들인다. 행여 새어나갈지도 모르는 꽤 높은 교성이 터져 나오고 만다. 그가 속도를 조금씩 낮춰 천천히 깊게 삽입해서 원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아까의 분노도 경계도 모두 잃어버린 내가 그저 감각의 노예가 되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도 아까의 참담함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든 나를 모욕하려 했던 아까의 그는 찾아볼 수 없다.
일순 저번처럼 모르는 어떤 누군가와 섹스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사람은 누굴까.
이 사람은 누군데 지금 이 순간에 나를 이렇게 원하고 있을까.











궁금증이 이어지려는데 그가 다시 속도를 높여 몸속을 파고들었다. 빠르게 차오르는 쾌감에 생각은 흩어지고 환각에 빠진 듯 가쁜 숨소리와 감각에만 온신경이 집중된다.


그가 곧 절정에 닿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눈을 감았다.

사정하는 순간의 남자는 전부 기분 나쁜 몰골이다.
보고 싶지 않다.





"눈 떠. 잘 봐."





명령 아닌 명령에 눈을 뜨자 그가 입을 맞춘다.
키스가 주는 독특한 달콤함에 절정에 거의 다다른 그의 페니스의 느낌까지 내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온통 쾌감으로 가득차버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와 그의 절정.
볼썽 사나운 광경으로 내 뇌리에 박혀 있는 남자의 사정과 달리 그의 절정은 지난 번 봤던 것처럼 또 만족스럽고 외려 평온한 모습이다.












그 인간은 언제나 나에게 절정을 구걸하듯이 매달렸었다.
끔찍했다.


애시당초 그를 밀어내지 못한 무력한 내가 가장 증오스러웠다.
정말로 끔찍했다.






그래, 이 사람은 그 인간과는 다른 사람이다.
같은 사람일 수도 없고, 같아서도 안 된다.







어쩌면 이 사람의 섹스파트너라는 것, 그렇게 싫은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Rrrrrrrrrrr.. Rrrrrrrrrrrrrrr.. Rrrrrrrrrrrrrrr..


끊기지 않고 울리는 전화소리에 주섬주섬 깨보니 벌써 바깥이 푸른 기운이 돌며 어두워지고 있다.
알몸인 채로 내 위에 엎드린 그를 이불 삼아 잠이 들었었나보다. 나도, 아마도 그도 주중 내내 바빴던 것이 겨우 단 한 번의 섹스였을 뿐인데도 이렇듯 잠이 들도록 지쳐버렸다.






"네, ○○○의원실 주민규 비서관입니다."
- 주민규 씨, 지금 동생분이 발작을 일으키셨어요. 형님을 찾으니까 급히 좀 와주셔야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비상이다.
재빨리 일어나서 분주하게 움직이자 잠에서 깬 그가 묻는다.






"무슨 일이야?"
"차 가져왔지?"
"어."
"그럼 나 좀 어디 데려다줘. 급한 일이야."








내 동생은 자폐증이다.
내가 비서관이 되면서 내 능력으로 시설에 맡길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될 때 찾아가서 만나고 있다.


방금 전 전화는 그곳 담당 선생님의 전화로 가끔 있는 일인 발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무조건 형만 찾는다고 하니 나는 열 일 제치고 가야만 했다. 어릴 때부터 그 아이를 키운 것은 나였으니까.




잠결인지 다행히 나에게 내뿜던 적기를 거둔 그는 군말 없이 나를 굉장히 빠르게 데려다주었고, 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전에 동생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차를 세우자마자 뛰어 들어가서 겉은 다 큰 청년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동생을 끌어 안고 달래는 내 모습을 그가 뒤에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보든 말든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나를 보다가 그가 건물 밖으로 나가버렸든 말든 그런 것은 전혀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이 아이는 내 동생이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이다.
젠장맞게도 끝내 버릴 수 없는 가족이다.
그리고 이 아이는 조금 많이 아프다.

나는 이 아이를 돌봐주어야 한다. 그 인간 손에서 떼어 놓고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나는 지금을 더더욱 놓을 수 없다.







돌아오는 길에 아무런 대화도 없던 그의 차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내 침대에 혼자였다.
기분이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