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잡담] 가든, 컬럼, 블로그, 말조심, 책임?
highenough
2006. 2. 4. 16:00
얼음집 안쪽이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면서도 시끌벅적하다.
나야 작년 5월말에 얼음집 동네에 새 집을 문 연-아직까지는-새내기지만 터줏대감분들이나 얼음집에 애정을 가지신 많은 분들 사이에서 가든이 생기기 전에는 없었던 논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이글루스 밸리의 가독성이 제일 높은 자리에 이오공감이 아닌 가든이나 컬럼이 긴 시간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블로그 전문이라는 이글루스와 어울리지 않으며, 블로거들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고, 다른 하나는 전통적으로 제기된 문제인 블로깅에 대한 책임감 여부이다.
첫 번째 문제에 대하여 솔직히 나는 입장이 좀 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이오공감이 있을 때도, 가든이 있을 때도, 현재 컬럼이 있어도 거의 클릭하지 않는다. 여간 관심 있는 제목과 내용이 아니면 클릭 자체를 아예 안 한다. 이것은 전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무관심한 대상에 대해서는 끝도 없이 전혀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점에서 영화 컬럼은 자주 보게 되는 편이다.)
가든 같은 경우에는 상당 기간 좀 짜증이 났었다.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도 너무 넓었고, 가든에 관심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짜증만 날 뿐이었다. 지금은 두 개에 가든에 가입하긴 했지만 즐겨찾기의 의미 정도로 가입했을 뿐이다.
최근 모 컬럼이 성적소수자들이 불쾌할 가능성이 농후한 내용의 컬럼을 올려서 그 덧글에서 논란이 있었다. 논조가 동성애자 비하다, 과민반응이다를 놓고 블로거들 간에서도 의견이 갈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 글은 내가 봤을 때는 확실히, 충분히 비하적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그 컬럼을 읽고 컬럼뿐 아니라, 그 컬럼니스트, 최종적으로는 이런 컬럼을 쓰게 하고 돈까지 주는 이글루스에 대해서 짜증이 치밀었다. 그 컬럼에 대해서 일일이 반박이라도 써서 블로깅을 할까 말까 망설이기까지 했으나 그런 수준 낮은 글에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나 자신이 우스워서 그만두었다.(후속타로 날린 변명이라던 '컬럼'도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만) 나야말로 팬픽쟁이라면서 수준 낮은 글을 써대는 사람이니 할 말 없다고 넘어갔다.
하지만 또 지금 다시 생각해도 열 받긴 열 받는군.
-┌
어쨌든, 그 문제에 이르러 두 번째 논란과 맞물리는데 과연 블로그는 책임감을 가지고 써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내가 내 블로그 마음대로 못 하냐는 의견과 남이 보게 될 글이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으로 크게 나뉜다고 본다.
이건 좀 메이저 블로거와 마이너 블로거의 관점차이에서 기인한다고도 보는데. 이글루스 피플인 분들 같은 경우 자신의 얼음집이긴 하지만 수많은 방문자들과 포스팅을 공유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의견 교환도 활발하니 말이다. 이런 분들이 말 한 번 잘못 했다가는 모 포털사이트처럼 덧글토론장이 열릴 게 아닌가. 그러니 책임감 있는 포스팅이 필요한 게 당연한 거다.
반면 그냥 자신의 얼음집을 운영하고 소수의 웹상 지인들과 대화하는 분들은 '내 할 말 하는 거지 남이사 무슨 상관-_-?' 해도 사실 무방하다.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분이 있다면, '아, 당신은 그렇군요.'하고 넘어갈 일이지 그게 그 사람의 사상을 검증하듯이 크게 번질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더군다나 그런 얼음집에는 방문자로서도 그냥 어떤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나보다 하고 넘어가면 그만인 거다.
내 얼음집은 지금껏 후자에 속했으나, 지난 '스크린쿼터'에 대한 포스팅 이후 이 블로그에 방문자가 크게 늘었다. 깜짝 놀랄 일이다. 워낙이 여기는 뉴스비평보다 팬픽이 주主가 되는 곳이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내가 다소 신경질조로 쓴 그 글이 어떤 문제를 야기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467명이라는 방문자수를 보고 '말조심 해야 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깨닫긴 했지만 난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그 다음에도 내 꼴리는 대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터진 얼음집은 아물기 마련이고, 이제는 방문자수도 감소세라 안심이 된다. 잠시나마 사람이 엄청나게 느는 현상을 지켜보고 나니 메이저 블로거들이 책임감 운운하는 게 수긍은 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싸이월드를 방치해놓고 이리로 온 나라는 사람의 본 목적이 뭐냐고 한다면 바로 매니악한 하고 싶은 말 할 수 있는 장소가 얼음집이기 때문이어서 아니었을까? 섹스 신이 창궐한 팬픽을 싸이에다 올리는 미친 짓을 할 수는 없지 말이다.(비공개로 한다고 해도) 물론 내 싸이는 싸이긴 해도 거의가 일촌공개이고 그 곳도 꽤 매니악한 글이 많다. 그래도 싸이는 긴 글을 읽고 싶거나,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 아니고, 팬픽을 연재할 만한 곳도 못 된다.
나는 내 기준에 공정한 글을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만인에게 공정한 글은 누구나 쓸 수 있고, 싸이나 또는 포털사이트 덧글토론장에 써도 상관 없다. 내 글이 내 얼음집에 있는 이유는 내 얼음집은 내 집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보고 심기가 불편해지고 짜증이 나서 반박하는 글을 썼다손 쳐도 그건 그 사람의 의견 그대로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진짜 나를 설득시키는 내용이라면 내가 의견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고. 내 얼음집에 쓰는 글은 남을 위한 것도 있지만 결국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가.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 크다고 생각한다.(그렇다고 또 이걸 아전인수로 받아들여서 특정인 비방이라든지 그런 저질스런 글에 적용시킨다면 난 더 할수 있는 말이 없다. 책임감 있는 포스팅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그렇다면 컬럼에 유감일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그건 아니다. 왜냐. 이글루스 컬럼은 이글루스 측에서 다수의 얼음집 주인들을 위해서 제공하는 '서비스' 아닌가. 그 사람이 일개 블로거였으면 난 그냥 또 개념 없는 사람 하나 있구나 하고 넘어가서 잊으면 될 일이나, 그 사람은-다수가 읽었든 소수가 읽었든 상관 없이-이글루스라 컬럼이라는 큰 타이틀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문제다. 이글루스 컬럼이라는 대전제는 남이 읽을 것을 전제로 쓴다는 뜻이다. 개념 미탑재 및 기본적 지식조차 부족한 사람이 그런 글을 다수 앞에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짜증난다.
1인미디어라는 말의 뜻을 난 잘은 모르지만 블로그랑 컬럼은 확실히 그 성격이 다르다. 그리고 사실 난 이오공감 선정기준도 의심스럽고. 이글루스에서마저 메이저와 마이너가 나뉘는 기분이라서 이오공감 자체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신경 안 쓰고 살면 그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말이 많은 문제라 나도 한 마디 끼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