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FlytotheSky

[연재] 만화가 vs. 소설가 (3) 上

highenough 2005. 5. 28. 20:01
만화가 vs. 소설가




(3) D-18 上





아침부터 아래층이 부산한 느낌이어서 깼더니 아니나 다를까 만화가 씨가 어제 산 슬리퍼 소리를 자랑스럽게 내면서 집안 곳곳을 헤집고 있었다.






"황윤석아- 일어나라!"





어제 말을 트더니 엄청난 양의 말과 친근 파워를 잔뜩 표출하는 만화가 씨는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도 되는지 높은 톤의 저팔계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일어났어!"
"잘 했어! 빨리 여행 가야 되니까 얼른 일어나서 하루 정도 필요한 짐만 챙겨!"






만화가 씨는 강아지 훈련시키는 것 처럼 잘 했다고 칭찬을 하더니 아래층을 여전히 왔다 갔다 하면서 갑작스러운 여행을 이야기를 꺼냈다.






"여행 얘기 언제 했더라 그러지 마. 네가 같이 간다며! 빨리 가야 되니까 서둘러!"





역시. 만화가 씨는 독심술을 연마하는 게 틀림 없다고 확신이 들 때쯤 여행 얘기가 떠올랐고 충전기에 꽂힌 전화기의 시계를 보니 새벽 5시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었다. 내가 이 시간에 깨어 있다니 엄마가 들으셨으면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르니 신나게 돈 쓰자고 하실 만한 사건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잘 해놓고 사는 만화가 씨가 가는 여행이라면 당연히 나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가벼운 속옷과 옷, mp3 플레이어, 여행에서 소설의 좋은 소재를 찾을지도 모를 걸 대비해서 수첩과 펜, 전화기와 대용량 배터리 팩을 챙겨 넣고는 고작 15분 만에 내려 왔더니 사다리 아래에는 어제 샀던 그 슬리퍼 중에 흰색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거실로 가보니 만화가 씨는 나만큼 단촐해 보이는 짐에 특이한 점으로는 스케치 북과 예의 그 엄청 좋아 보이는 사진기를 거실에 챙겨 두고는 부엌에서 무언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코 뭔가 하는 상에 앉으려고 하는데 또 정곡을 찌르는 만화가 씨.






"코타츠에 앉지 말고 씻고 차에 시동 좀 걸어 놔 줘. 나도 그 때 까진 다 할 거야."





혹시 만화가 씨 부업은 역술가인 걸까. 뜨끔하면서 씻고 나오니 부엌의 만화가 씨는 '탁, 탁'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마무리 짓고 있었다.






"차 열쇠 어디 있는지 알지? 빼 놓고 있으면 더 예뻐해줄게."






신발장 위의 넓은 짙은 남색 도자기 접시 위에 있는 익숙하지 않은 차 열쇠를 챙겨서 몇 안 되는 짐을 들고 밖에 나갔다. 뒷좌석에 짐을 잘 넣어 놓고 다시 앞으로 와서 시동을 걸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 잠깐 멍하게 있는데 만화가 씨가 딱 보기에 도시락이라고 써있는 것을 들고 오는 게 보였다. 내가 길을 아는 것도 아니고 해서 냉큼 내려서 조수석으로 옮겨 탔다.






"이 것 좀 뒤에다 놔줘. 그리고, 길 잘 외웠다가 돌아 오는 길에는 네가 운전 해."
"응."
"운전 면허는 당연히 있지?"
"응."






염치 없이 처음 보는 만화가 씨한테 같이 살게 해달라고 부탁한 건 내 쪽이었지만, 원래가 나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편은 아닌 사람이다. 그런데 만화가 씨는 사교성도 끝내 주는 건지 그저께 오후부터 함께 살았고, 어제부터 말 놓기로 한 거의 남에 가까운 나에게 엄청난 친근함을 표시하고 있다.






"저기.."
"내 이름 또 잊었어? 민규야, 주민규."
"아니, 그게 아니라.."






선뜻 말을 안 하니까 앞은 본 채로 '응?' 하는 듯 눈썹을 올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 원래 그래..?"
"응? 뭐가?"






아차. 나 혼자서 많이 생각하다가 물은 거라서 만화가 씨는 알아 들을 수 없게 중요한 부분을 싹 잘라버렸다.






"그.. 그게.. 그러니까.. 나.. 모르는 사람이었잖아.."
"아~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인데 집에 넙죽 들이더니, 같이 살게도 해준다고?"
"응. 나. 나쁜 사람일 수도 있고.. 또.."
"또, 뭐?"
"또.. 하여간.."
"그냥.. 나 좀 사람 보는 눈이 있으니까.. 너 나쁜 놈으로 안 보였어."
"단지 그 이유야?"
"그리고 또.. 세뇌 교육이 한몫 한 거라고 할 수 있지."
"세뇌?"
"응. 우리 お父ちゃん이 우리 お母ちゃん이랑 결혼하면서부터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은 거."
"응? 그게 뭐.."
"아, 미안. 우리 아빠가 우리 엄마랑 결혼하게 된 스토리가 영화같다고 아빠가 맨날 그래."
"그게 무슨 상관인데?"
"음.. 우리 아빠가 사진을 전공하셨는데, 유학을 일본으로 가셨어. 일본어 학원을 다녔는데 거기 강사가 엄마였대. 그래서 뭐 엄마를 만난 건 인복(人福)을 타고난 거라나."
"그래서..?"
"뭐,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인복을 쌓으려면 누구한테든 친절하게 대하고 베풀어라-"
"그렇다고 사람을 막 들여도 괜찮은 거야?"
"어차피, 팬들도 가끔 오고 하니까 낯선 사람 출입이 잦은 편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쉽게 나쁜 사람들한테 안 당해."
"그런 사람들 있었어?"
"다행스럽게도 아직은-이네."






정말 운이 좋아 안 당해봐서 그렇지 솔직히 이렇게 보기에는 나쁜 사람들 오면 사실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이 보이는데.




"그렇지 않아도, 아빠랑 정반대로 엄마는 그러지 좀 말라고 억지로 잠금 장치 세 개나 달고."
"그렇구나."
"궁금증은 해결된 거야? 또 질문 없으십니까?"





아! 그러고보니 정말 궁금한 게 있다.




"혹시.."





아까와 같은 '응?'하고 동그랗게 뜬 눈.






"독심술 같은 거 배웠어?"
"뭐? 무슨 독심술? 하하하하하"






매번 정곡을 찔러 준 건 정작 자신이면서 나더러 전혀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운전이 위험해 보일 정도로 '하하하하!'하고 웃는다.





"내가 무슨 독심술을 배워. 네가 얼굴에 뭐든지 드러내면서. 하하하하하"






내가 얼굴에 뭐든지 다 드러나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이거 꽤 실망인데.







"자, 코믹 질문은 마감입니다. 다른 질문은요? 왜 제일 중요한 건 안 물어봐?"
"무슨..?"
"어디 가는지는 왜 안 물어? 그게 제일 중요한 거 아니야? 나 너 새우잡이 배로 넘길지 몰라."






일본에서 나고 자랐다면서 저런 관용 표현은 정말 잘도 안다. 작가를 꿈꾼다는 내가 부끄러울 정도로.






"만화가는 아무나 해? 다 사람들 정서, 말, 행동, 유행 다 알고 앞서 가야 하는 거라고. 그걸 굳이 독심술이라고 하면 뭐 전혀 틀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또 독심술이다. 왠지 알게 모르게 지고 있는 기분이 계속 든다.






"그러니까 너무 손해 본다는 생각은 하지 마. 직업병인 셈이지 뭐. 일종의."






연타.








"자, 어쨌든 안 물었지만 얘기해줄게. 지금은 소매물도에 갑니다."
"소매물도? 그게 어딘데..?"
"남해안 한려 해상 국립 공원에 있는 섬 중에 하나로 사진 하시는 우리 아빠 대학 한참 후배인 형님도 계시고, 그 아래에 내가 한참 신세진 형님도 계시고 그런 데야."
"응. 그렇구나."
"그래서 지금 경부 고속 도로를 타고 가는 중이고. 자지 말고 내 졸음 계속 깨워줘."






사실 5시 반에 집에서 나왔고, 내가 일어난 건 5시, 그리고 내가 일어났을 때 이미 부산했던 그였으니까 분명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는 얘기가 되는데 안 졸린 게 이상하다. 이틀 동안 구경한 결과 그는 밤에 영화 한 편 씩은 꼭 보고 잤다. 게다가 지난 밤에 본 영화는 내가 집 주인도 아닌데 먼저 자면 좀 눈치 보여서 버티고 버티다가 항복하고 올라 가버릴 정도의 족히 러닝타임 네 시간은 될 것 같은 미국 영화의 고전이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는 평소 내가 느끼는 어떤 이미지보다도 훨씬 독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고파? 아침은 대전쯤 가서 먹자."
"응."
"졸리니까 계속 질문해 줘."
"집 천장 말야. 그런 집은 산 거야, 아님 그런 집으로 지은 거야?"
"어느 쪽인 거 같아?"
"모르겠어. 전혀."
"후자."
"그렇구나."
"근데 서울은 별이 너무 안 보여. 그냥 몇 개 반짝하는 거 빼곤 정말 없어."
"맞아. 근데 그래도.. 꽤.. 괜찮아. 거기 하늘."
"응. 그래도 그 정도만이어도 숨통 트이지 않아?"
"확실히."
"이쯤에서 나도 질문."
"뭐?"
"왜 작가가 되고 싶어? 그것도 하필 소설가. 내가 창작의 고통을 매달 느끼지만 소설가도 크게는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 스트레스 많지 않아?"
"어렸을 때 동화책을 읽고서 그냥 막연히 이런 거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
"어떤 책?"
"음.. 보물섬."
"보물섬?"
"응. 보물섬."
"그렇구나."







그는 운전을 하면서 정말 진심인 것 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생소한 반응.






"그냥 '그렇구나.' 뿐이야?"
"그러면?"
"보통은 비웃거나 했으니까.."
"나도 비웃어 줘야 되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안 비웃는 반응은 처음이라서.."
"누구나 나름의 계기가 있는 거지. 남들이 그걸 뭐라 할 권리도 없는 거고 그걸로 자신이 스스로 의기소침해 질 필요도 없는 거고."






대화를 이어 갈 요량으로 반문하려고 기다렸는데 왠지 마지막 말로 물어보지 말라는 의사를 표현한 것 같아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다시 안 묻네?"
"응?"





여전히 앞을 본 채다. 평소같은 편한 얼굴 보다는 훨씬 진지하게 약간 굳은 듯한 얼굴.






"보통 다시 되묻잖아."
"물어보면 안 되는 거 같아서 말까 했는데 물어봐줘야 되는 거야?"
"그새 써 먹네. 뭐 일단은 '되고 싶어서'라고 해두지."






알 수 없는 말. 영화를 보면서 울던 것과는 다른 울 듯한 표정. 말을 놓더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명랑'했던 그에게서는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생각보다 밥 먹으러 일찍 가겠다. 주중 새벽이라고 차도 없네."





역시나 화제 전환 시도.





"영화 좋아하나봐..?"
"나?"
"응."
"글쎄,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얼마나 보는데?"
"많이 볼 때는 하루에 네 편도 보고 안 볼 때는 몇 달을 가도 하나도 안 보고.."
"B형이구나?"
"그런 것도 B형인 거야?"
"나랑은 거의 정반대라서 맞히기 쉽지 뭐. 그리고 부모님 중에 한 분은 O형이지?"
"어떻게 알았어?
"BB형 B형하고 BO형 B형도 은근히 달라."
"어떻게 다른데?"
"생각보다 BO형 B형들이 더 B형다운 점이 많아. 싫은 것, 좋은 것, 귀찮은 것, 즐기는 것 전부 my pace."
"그런가.."
"하지만 맡은 일에는 묵직하게 밀고 나가는 편. 아니야?"
"듣고 보면 그런 것도 같고."
"그 뭐랄까.. 완벽주의자 기질도 있고. 숙제 안 하면 신경 쓰여서 배 아프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
"그건 정확히 맞는데.."
"거봐. 나 진짜 꽤 보는 눈 있다니까."




멋지게 화제 전환에 성공해서 다시 평소 모드가 된 만화가 씨다.






"혈액형 같은 건 되물어도 돼."
"만화가 씨는 혈액형 뭔데?"
"뭐라고? 만화가 씨?"





앗, 아차차..






"너 속으로 계속 나한테 만화가 씨, 만화가 씨 하고 있었지? 너도 참.. 진짜 웃긴다."





실수를 한 건 맞지만, 독심술인지 사람 보는 눈인지 뭔지로 정곡은 또 한 번 찌르면서 운전하는 중에 옆사람이 불안해 질 정도로 웃는다.






"아, 저기.."
"괜찮아. 괜찮아. 웃기고 좋네. 하하하하하하하"
"그게.. 그렇게 웃긴 거야?"
"응. 그렇게 부르는 거 한국 와서는 못 들어 봤는데 처음으로 확인하니까 엄청 웃기네, 생각보다."





완전 단세포처럼 생각하는 게 그대로 입으로 나와버리다니. 완전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어쨌든 맞혀 봐. 너랑 거의 정반대니까."
"글쎄.."
"힌트를 줄게. 우리 아빠는 AB형이고 엄마는 O형. 그럼 둘 중에 하나지?"
"그럼 A형?"
"빙고! 당연한 걸 어렵게도 맞히네. 너랑 다 반대라고 했는데 둘 중 하나면 A형이지."






그런가. 왜 이렇게 만화가 씨 앞에서는 이렇게 생각이 몰수되고 텅 비는 걸까. 계속 나만 바보가 되버리는 상황.





"나 소심하니까 알아서 잘 해야 돼. 이름 좀 잊어 먹지 말고. 하긴 지금까지 계속 속으로 만화가 씨, 만화가 씨 했을 테니 특별히 봐 줄게."






난 계속 왜 이렇게 갈수록 무뇌 상태가 되는 건지 고민하고 있는데, 그가 계속 웃음을 참기 어려운지 쿡쿡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천안이니까 호두 과자 먹자!!"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혼자 바보가 되고 나니까 어느새 한 시간 정도 흘러서 천안에 와 있었다. 배고픈데 아침도 먹으려나.







"천안에선 전채로 호두 과자랑 우유, 아침은 대전에서 먹어야 돼."
"근데 왜 그래야 돼?"
"아, 그게. 한국 처음 와서 지금 가는 데 가는데, 그 땐 차도 아직 안 샀을 때여서 고속 버스 타고 갔어. 근데 보통 고속 버스는 천안에서 한 번씩 꼭 쉬잖아. 그 때 배고팠는데 눈에 딱 띈 게 호두 과자였어. 처음 오는 한국에 처음 타보는 고속 버스에 처음 먹어보는 호두 과자에 뭐, 그랬지."
"응. 그렇구나."
"대전은 차 생긴 다음에 갈 때 천안에서 호두 과자 먹은 다음에 CD를 하나 딱 듣고 나니까 대전이더라고. 그래서 들르기 시작한 거야."
"무슨 CD?"
"ウエサドリ- OST."
"웨, 뭐?"
"아, 미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줄여서 웨사도리라고 한 거야."
"아, 그래."





천안 휴게소에 멈춰서 화장실을 다녀 오니까 그가 벤치에 정직한 자세로 앉아서 호두 과자를 200ml 흰 우유랑 같이 먹고 있었다. 왠지 부끄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호두 과자와 우유팩을 사이에 두고 시선은 두리번거리면서 앉았다. 잠깐 그렇게 두리번거리는데 그가 옆에서 무언갈 열심히 하더니 빨대를 꽂은 우유팩을 얼굴 앞으로 내민다. 불쑥 눈 앞에 나타난 우유팩에 놀라 그를 쳐다 봤더니, 그는 호두 과자를 오물오물 씹으면서 쌍꺼풀 없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서 먹어!'하는 표정으로 우유팩을 들고 있었다. 그 앞에서 점점 무뇌 상태가 된다는 걸 느끼고 또 다시 갸우뚱하면서 우유팩을 받아들었다. 우유팩을 받아드니 이젠 아예 호두 과자 까지 집어서 집 앞에 까지 내밀었다. 다행히도 뇌가 조금은 남아 있었던지 입으로 받아 먹지는 않고 손으로 받아서 먹었다. 그렇게 한 봉지를 다 먹자마자 그는 봉지를 접어서 쪽지 모양으로 만들고 자기 우유팩을 접더니 내가 우유를 다 먹는 걸 기다려서 내 우유팩도 접어서 벌떡 일어나 만족한 듯 '가자.'고 하더니 별다른 대화 없이 쓰레기를 종이류 통에 버리고 차로 돌아 가서 시동을 걸었다.





"대전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야. 천안-대전 용 한 시간 짜리 CD 듣자."






뭘 트나 했는데 무슨 뮤지컬 노래가 나온다.








"이게 그거야?"
"응. 웨사도리. 이건 오리지널 캐스팅 OST고 작년 겨울에는 일본으로 보러 갔다 왔어."







여기까지 말해 주더니 그는 흘러 나오는 노래들을 계속 따라 흥얼거렸다. 여자 노래까지 전부 가성으로 처리.







"근데.."
"응?"
"원래 그렇게 사람을 민망하게 뚫어지게 쳐다 봐?"
"응? 내가 그래?"
"응. 그 때 전에 영화 볼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러다 나 뚫어지겠어."
"그 때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네가 날 얼마나 뜨겁게 쳐다 봤는데. 그렇다고 왜 쳐다 보냐고 묻기도 그렇고."






당황스럽다.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오늘 대체 왜 이럴까.







"워.. 원래 그렇지는 않은데.."
"내가 그렇게 넋을 놓고 보고 있을 만큼 아름다웠던 거구나. 하하하"








농담을 하면서 즐거운지 그는 또 까르르르 웃는다.






"이것 봐. 지금도 또 보잖아."






항복.





"Tonight, Tonight~"





항상 여유로운 그. 점점 뇌가 없어져 가는 나.






"곧 대전이니까 밥 먹자~"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 건가. 그의 말대로 호두 과자는 정말 식욕만 돋우어 주고 오히려 먹기 전보다 더 배가 고파졌다. 뇌가 없어지면서 점점 그의 말대로 모든 게 돌아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전 휴게소에서는 뒷좌석에 놓아 뒀던 도시락을 챙겨 들게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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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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