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힘든 요며칠이었음. 계속해서 똑같은 문제로 한계에 부닥친 우리였고 동어반복에 지쳐버려 있었음. 나는 욕심을 채우고 싶어 무조건 나를 받아주길 바랐고 애인님은 계속해서 뻔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려고 했기에 난 그런 건 질색이어서 계속계속 반복했음.

2. 결국 내가 더 이상 속상해 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애인님이 항복. 내가 일부러 운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마무리됨. 그냥 애인님이 내 뜻을 다 받아들여주기로 했음. 애인님은 내가 조금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지으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 왜 그러냐고 물으며 걱정하는 사람임.

3. 그렇다고 내가 전적으로 우리 관계에서 주도권이 있다거나 그렇게 느끼지는 못 하는데 평소에 난 애인님이 뭔가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향을 조금이라도 느끼면 난 그렇게 해주지 못 하면 또 못 견디기 때문에.. 서로서로 손해본다거나 그런 거는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싶음.

4. 그래서 만나가지고는 순대국을 먹으러 간 우리들. 우결을 보면서 밥도 완전 천천히 먹고 은근 부러워 했지만 아마 애인님은 내가 부러워 하는 줄도 모르지 않았을까 싶음.(笑)

5. 언니가 심부름시킨 부엌용 세제를 사러 하나로마트에 가서 또 과자를 고르며 즐김. 하여튼 우리는 과자를 많이 먹는 것도 아니면서 마트만 가면 그저 즐거움. 결국 이 추위에 아파트 벤치에 애인님이 앉고 난 무릎에 앉아서 도리토스를 한 봉지 해치웠음. 내일이면 300일인데 또 한 고비를 넘긴 느낌이라서 뭐랄까 안심되고 우리 사이가 더 질겨진 것 같아서 좋음.


* 내일이 300일이에요. 훨씬 더 오래된 것 같은 연인들이긴 합니다만.


Posted by high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