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나머지는 이제 더 이상 금융쪽 개입으로 할 수 없는 일. 솔직히 이제 미국 대선 끝나고 구제금융이 풀리면 지금처럼 엄청나게 달러가 빠지지는 않을 거다. 다만 한국은 여파가 짧지 않겠지. 하지만 한국처럼 말 잘 듣는 시장이 어디 있나. 아이슬란드는 국가가 지급보증 안 하고 걍 부도내버렸다. 한국은 파이낸셜 타임즈가 나서서 좀 긁어주니까 바로 정부가 은행채 채무보증해준다는 순진한 시장 아닌가. 완전히 다 나가버리진 않을 거다. 지들이 아직은 한국시장에서 빼먹을 게 많으니까.

2. 다만 내가 걱정되는 것은 금융규모가 커지고 다시 금융시장에 돈이 돌아봤자 결국 이 아무개가 복지를 개판 쳐놓으면 국민들한테 아무 소용 없고, 내수를 포기했기 때문에 내수경제가 처참해지고 그러면 당연히 보통사람들 살기는 더럽게 힘들어질 거라는 점.. 정도다. 물론 IMF가 또 벌어지진 않을 거다. 하지만 시즌2에는 서민들이 죽어나갈 거다. 그것도 오랜 기간 동안 계속말이지. 고용도 떨어지고, 그러니 당연히 내수도, 그러니 당연히 투자도, 그러니 당연히 GDP도, 그러니 당연히 한국 경제가 한계에 부닥칠 거다. 물론 변수는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진짜 악에 받쳐서 기똥찬 뭔가를 만들어낸다든지, 통일을 해버린다든지, 서해 대륙붕에서 2천 배럴짜리 유전을 찾든지 하면 뭔가 달라지겠지. 하지만 미국이든 중국이든 어디든 한 번 날갯짓만 하면 태풍을 버텨내야 하는 입장에서 서민들은 또 몇 해의 추운 겨울을 버텨내야 할는지.

3. 이 놈의 경제조치들은 죄다 저들 표현대로 왜 이리 '좌빨'스러운지. 그렇게 욕하더니.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들 하시나? 네들이 실용주의인지 땡깡주의인지는 모르지만 좌파는 아니라고 그리 우겼으면 기업이든 은행이든 경쟁력 없으면 망해야지 안 그래?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왜 사냐? 그것도 낮은 평형부터? 아파트도 추곡수매하는구나. 참 내가 살다살다 한국에 20년 넘게 사니 별 인지부조화도 이런 인지부조화를 보게 되냐. 우파라며? 좌파가 경제 말아먹었다며? 그래. 다 너희 탓이라고는 안 할게. 경제가 하루이틀에 이렇게 된 건 아니지. 나도 알아. 버블이야 참여정부 때부터 커진 거 아니냐. 동북아의 허브인지 뭔지 하면서. 근데 그래도 이 지경은 아니었잖아. 야, 지금은 애써 키워놓은 버블도 죽일 셈이냐? 멍청한 것들. 강남 빼고는 네들이 투기했던 데도 떨어질지 몰라, 바보들아. 에라 모르겠다. 나는 가카가 재산을 헌납하여 펀드에 넣겠다고 하는 날 진짜 대출 받아서 펀드 사러 갈 거다.

4. 요즘들어 죄책감이 든다. 왜 나는 저번 대선에서 주변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붙잡고 이 아무개를 찍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사정하지 않았던가. 최소한 창사마를 찍든지 하라고라도 할 것을. 내가 이 아무개 안 찍은 게 다가 아니었던 거다. 나는 알고 있었으면서, 이 아무개의 시커멓다 못해 없어져버린 머릿속, 뱃속과 저 무리들의 비열한 구상과 행태를, 그런데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은 거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정말이지, 내 탓이오.

5. 문화라는 게 무엇인가. 문화가 어쩐지 예술과 유의어로 쓰이고는 있지만 사실 문화는 모든 것이다. 생활양식이고, 사상이며, 물질문명이기도 하고, 예술이면서 동시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다. 그래, 문화는 환경이다. 자연환경은 아니지만 자연환경을 인식하는 나의 인식도 문화의 일부이다. 그런데. 문화부 장관이라는 작자는 욕 한 마디조차 아까운 저열한 자식이다. 전에도 포스팅에 언급했던 것 같지만 우리과 노교수님이 종종 그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좀 얼굴이 잘생긴 사람을 뽑아야 한다. 왜냐하면 세계인들이 한국의 대통령이다 하면 어떤 대표적인 얼굴로 생각하는 건데 좀 잘생겨야 되지 않겠냐고. 나는 진짜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링컨이 더럽게 못 생겼어서 일생동안 낙선을 거듭하며 살았어도 링컨은 존경 받는다. 비스마르크는 훈남도 미남도 아니었지만 나는 비스마르크를 엄청시리 사랑하는데.. 배우하던 얼굴 반반한 자가 장관 자리에 앉았거늘 잘됐다는 생각이 안 든다. 한 나라의 장관이 능력이 없을 거면 인간성이 아름답든가, 아니면 인간성이 더러워도 최소한 일을 싸가지 없다 소리 들을 만큼 공정하게 하든가 해야지 둘다 안 되면 이건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에라이 식빵색퀴!(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뿐, 장관님을 모욕한 게 아닙니다.)

6. 너무 춥다. 구제금융 풀릴 때쯤에는 환율과 함께 날씨도 좀 풀리려나..

Posted by high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