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안감은 사람 관계를 망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는 걸 오늘 느낌. 편집증적인 성격때문에 뭔가 계획된 대로 풀리지 않거나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경우 등에 대해 나는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데 애인님은 기억력이 썩 좋지 않음. 만나자마자 심술이 올라와 계속 심술보가 작렬했음. 애인님은 풀죽기도 했다가 불평도 했다가 내 말을 못 들은 척도 하는 등 내 상태를 파악 못 하고 나를 계속 힘들게 함. 으악.

2. 앞에 앞에 썼던 것처럼 내 대학시절 인간관계에 대한 심한 회의감이 드는 가운데 오늘 사은회가 있었음. 역시나 스물 몇 명이 있는 가운데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없었고 내가 없어도 아무도 몰랐음. 밥 먹는 자리가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다들 저마다 반갑게 이야기 나누었는데 나만 혼자 서 있고 집에 가냐고 묻는 사람은 평소에 그렇게도 친하지도 않고 싫어하던 교수님뿐이었음. 다들 가게 앞에 서성이며 빨리 움직이지 않길래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내가 가는 줄도 알지 못 했음. 도저히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은 회의감 때문에 무너지려는데 애인님이 전화해서 이런저런 애교를 시연해줌.
 
3. 하지만 내 상태가 심히 메롱했던 관계로 나는 버스에서도 계속 울고 애인님의 위로는 먹히지 않았음. 내가 자꾸 그렇게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 실제로는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는 애인님과 어렸을 때부터 주욱 그랬고 내가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었고 몇 년에 걸쳐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봐도 나는 겉돌 뿐이라고 말해도 애인님은 같은 말만 반복함. 난 계속 애인님은 정말로 내 마음을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하니 애인님이 그러면 자기가 어떻게 해야 되겠냐고 도리어 짜증냄.

4. 난 내 상태가 이런데 도대체 애인님한테까지 어떡할지를 알려줘야 되는지도 모르겠고 이런 짜증을 받아야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아프다고 함. 애인님은 인정하지 않다가 결국 사과함. 이런 상황에서라면 내 자폐증적 성격은 아무리 아무리 감싸줘도 회복이 어렵다는 걸 애인님은 사실 아직도 잘 모르는듯 함. 그래도 먼저 손내밀어주어서 다행이라고 그래도 나를 찾아주고 먼저 불러줄 사람은 애인님뿐이라고 가까스로 추스르게 됨.

5. 세상사의 인간관계가 헛되더라도 이 사람과의 사랑이, 우리의 관계가 덧없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 정말 간절히



덧) 요즘 방문통계를 잘 보지 않았는데 연애전선 보러 오시는 분들이 거의 제일 많더군요. 별것 없는 염장질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냥저냥 연애질 중 느낀 점을 적어보고 있어요. 그냥 뜬 구름 잡는 것 같은 조언보다 그냥 그날 그날 있었던 일을 써보고 싶었어요. 참견하고 싶으시면 덧글로.(笑)

Posted by highenough